명품 가방 리폼, 상표권 침해일까

COLUMN · 상표·지식재산

작성 2026. 11. 4. | 로엘법무법인 김민이 변호사

오래 들어 낡은 명품 가방을 수선집에 맡겨 지갑이나 작은 가방으로 바꾸는 리폼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데 새 제품에도 원래 브랜드의 상표 무늬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이를 만들어 준 리폼업자가 상표권을 침해한 것인지가 소송으로 다퉈졌습니다.

대법원은 2026. 2. 26. 소유자가 개인적으로 쓰려고 맡긴 리폼이라면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보아 리폼업자에게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판결의 논리와 예외, 리폼업자와 소비자가 확인할 점을 정리합니다.

Q. 소유자가 맡긴 명품 가방을 리폼해 돌려준 리폼업자, 상표권 침해인가요?

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4다311181 판결에 따르면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위한 요청에 따라 리폼하고 돌려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상표의 사용'이 아니어서 침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리폼업자가 리폼을 주도해 자기 제품처럼 유통시켰다는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면 달라질 수 있고, 환송 후 결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중고 명품 가방을 다른 가방·지갑으로 바꿔 준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는 가방·지갑 수선과 제작을 하는 사업자로, 2017년경부터 2021년경까지 소유자들의 요청을 받고 대가를 받아 해외 유명 브랜드 상표가 겉면에 찍힌 가방을 해체했습니다. 그 원단과 금속 부품으로 크기·모양·기능이 다른 가방과 지갑을 만들어 소유자에게 돌려주었고, 소유자는 매장 샘플이나 홈페이지 사진을 보고 디자인을 고르기도 했습니다.

상표권자는 리폼과 인도가 '상표의 사용'이라며 침해 금지와 손해배상을 구했습니다. 원심인 특허법원은 리폼 제품을 새로 생산한 상품으로 보아 금지 청구를 받아들이고 손해액을 1,500만 원으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개인적 사용을 위한 리폼은 원칙적으로 '상표의 사용'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이 상표가 붙은 상품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황과 밀접하게 결부된 개념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소유자가 자기 물건을 개인적 용도로만 쓰는 상황에서 상표가 표시되더라도 상표의 사용이 아니고, 침해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표권자가 적법하게 판 상품은 상표권이 소진되어 소유자가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리폼도 원칙적으로 그 범위에 들어갑니다. 리폼이 원래 제품과 동일성을 잃을 정도여서 소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개인적 용도로만 쓰이는 한 결론은 같다고 보았습니다. 판결은 리폼이 취향 표현과 업사이클링을 통한 자원 순환과도 관련된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구분원심(특허법원)대법원
리폼 제품교환가치 있는 새 상품을
생산한 것
새 제품이라도 개인적 용도면
상표의 사용 아님
리폼업자 지위업으로 상표를 표시·인도한
직접 침해자
소유자 요청을 대행한 것,
대가는 서비스 대가에 가까움

대법원은 소유자가 직접 하기 어려운 리폼을 맡기는 것도 소유권 행사이므로, 리폼업자가 업으로 해도 결과물이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 영역으로 돌아가면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필자 대조로 덧붙이면, 이 사건에 적용된 구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의 가목·나목은 현행법에서도 문언이 같고, 2025. 5. 27. 개정으로 다목이 새로 생기면서 종전 다목이 라목으로 옮겨졌습니다.

리폼업자도 책임질 수 있는 예외가 있습니다

형식은 소유자 요청이라도 실질적으로 리폼업자가 리폼 과정을 지배·주도하며 리폼 제품을 자기 제품처럼 생산·판매해 거래시장에 유통시켰다면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요청 경위와 내용, 디자인·개수를 최종 결정한 사람, 받은 대가의 성격, 재료의 출처와 비중, 리폼 제품의 소유관계를 종합해 판단하라고 했고, 이 특별한 사정은 상표권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또 소유자가 팔아서 유통시킬 목적으로 리폼을 맡기는 등 침해를 할 것을 리폼업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서비스를 제공해 관여했다면, 공동의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참조조문 「민법」 제760조). 원심은 이런 사정을 살피지 않은 채 침해를 인정했기 때문에 파기된 것입니다.

환송심이 살필 것과 리폼업자·소비자가 확인할 것

리폼업자의 책임이 없다고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환송심은 위 특별한 사정이나 침해 관여가 있었는지를 다시 심리하게 되고, 함께 파기된 예비적 청구(부정경쟁행위 주장)도 다시 판단 대상이 됩니다. 환송 후 결론과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필자 해설로 덧붙이면, 리폼업자는 주문마다 소유자 본인의 물건인지, 디자인을 누가 정했는지, 받은 돈이 작업비인지를 주문서로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원심은 '리폼 제품'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는데, 대법원은 이 부분을 따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리폼한 가방을 나중에 중고로 팔아도 되는지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판결은 개인적 용도로만 쓰이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리폼 제품을 되파는 경우까지 같은 결론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상표권자의 권리 행사가 제한된 사례는 등록만 해 둔 상표로는 침해금지를 구할 수 없습니다에서 다루었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위한 리폼은 리폼업자가 해도 원칙적으로 상표의 사용이 아닙니다. 둘째, 리폼업자가 리폼을 주도해 자기 제품처럼 유통시켰다는 특별한 사정은 상표권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셋째, 유통 목적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 관여하면 공동 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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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4다311181 판결 / 특허법원 2024. 10. 28. 선고 2023나11283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표법」 제2조·제89조·제108조·제110조 [시행 2025. 11. 11., 법률 제21134호] / 「상표법」 개정 [법률 제20965호, 2025. 5. 27. 시행] / 「민법」 제760조 [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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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이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서울 근무 / 형사·가사 사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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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원심 판결문에 기재된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와 브랜드, 상호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인용한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로, 리폼업자의 책임 여부는 환송심에서 다시 정해지며 그 결론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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